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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SP 미국 영유아 수면 컨설턴트 자격증을 보유하고 수많은 아이의 수면교육을 직접 진행한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된 글입니다.
앞선 글에서는 ADHD의 증상과 원인, 진단과 치료를 정리해 드렸어요. 오늘은 제가 정말 하고 싶었던 이야기, 수면과 ADHD의 관계를 말씀드릴게요. 수면 상담을 하다 보면 "우리 아이가 너무 산만한데 ADHD일까요?"라는 질문을 많이 받아요. 그런데 아이의 하루를 하나하나 들여다보면, ADHD가 아니라 잠이 부족하거나 잠의 리듬이 흐트러져서 산만해 보이는 경우가 훨씬 많았어요. 물론 모든 경우가 그런 것은 아니에요. 그래서 오늘 글은 "ADHD가 아니니 걱정하지 마세요"가 아니라, "ADHD를 의심하기 전에 수면부터 점검해 보세요"라는 이야기예요.
영아기의 활발함은 대부분 정상 발달이에요
앞선 글에서 말씀드렸듯이 미국소아과학회(AAP)의 ADHD 진료 지침은 만 4세에서 18세를 평가 대상으로 안내하고 있어요. 만 4세 이전의 아이는 원래 주의 집중 시간이 짧고, 활동량이 많고, 충동적인 것이 정상 발달에 가까워요.
특히 수면 상담에서 자주 만나는 상황들이에요.
- 뒤집기, 기기, 서기, 걷기를 익히는 시기에 낮이든 밤이든 몸을 계속 움직여요. 자려고 누워서도 연습을 해요.
- 새로운 장난감에 금방 흥미를 잃고 다른 것으로 옮겨 가요.
- 재접근기에는 "싫어", "내가!"를 외치며 떼를 쓰고 규칙을 시험해요.
- 낮에 신나게 놀다가도 흥분이 가라앉지 않아 잠자리에서 계속 움직여요.
이런 행동들은 대부분 아이가 자라고 있다는 신호예요. 부모님의 양육 방식이 잘못되어서 생기는 일도 아닙니다.
수면과 ADHD 증상은 연결되어 있어요
수면과 ADHD 증상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연구들이 있어요.
핀란드 출생 코호트 연구
핀란드에서 진행된 연구는 아기의 수면을 생후 3개월, 8개월, 18개월, 24개월에 부모가 보고하고, 만 5세에 부주의와 과잉행동 정도를 평가했어요. 그 결과 3개월, 8개월, 24개월에 수면 시간이 짧았던 아이일수록 5세에 부주의와 과잉행동 점수가 높은 경향을 보였어요. 24개월 때 부모가 수면 문제가 있다고 보고한 경우도 마찬가지였고, 여러 시점에 걸쳐 수면 문제가 이어진 아이는 점수가 더 높았어요.
재미있는 점도 있어요. 밤에 깨는 횟수는 3개월, 8개월, 24개월 시점에서는 나중의 증상을 예측하지 못했어요. 5세 때 밤에 깨는 것만 증상과 관련이 있었고요. 이 연구에서는 밤에 깨는 것 자체보다는 전체적인 수면 시간과 수면 문제가 더 의미 있게 나타난 거예요.
스페인 연구
스페인에서는 1,244명의 아이를 추적한 연구가 있어요. 만 8~9세에 수면 문제가 많았던 아이는 2년 뒤인 10~11세에 부주의와 과잉행동이 더 많이 나타나는 경향이 있었어요. 이 연구에서는 수면 문제가 많은 아이들에게서 부주의가 약 20%, 과잉행동이 약 18% 더 많이 나타났다고 해요.
해석할 때 꼭 기억해야 할 점
다만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어요. 이 연구들은 모두 관찰 연구이고, 수면이 부족하면 ADHD가 생긴다는 인과관계를 증명한 것이 아니에요. 연구진도 해석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어요.
- 수면이 짧은 아이가 모두 ADHD가 되는 것은 아니에요.
- 반대로 ADHD가 수면을 방해하는 것일 수도 있어요.
- 두 연구 모두 부모님이 직접 보고한 설문에 의존했어요. 부모님의 스트레스나 시선에 영향을 받을 수 있어요.
- 핀란드 연구에서는 학력이 높고 나이가 많은 엄마의 아이들이 연구에 더 많이 남아 있어서, 결과에 영향을 줬을 수 있다고 했어요.
그러니 "잠을 못 재워서 아이가 ADHD가 되면 어떡하지"라고 걱정하실 필요는 없어요. 대신 이렇게 이해해 주세요. 영유아기 수면은 아이의 집중력과 행동 조절에 중요한 기반이고, 수면 문제를 일찍 살펴보는 것은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라는 점이에요.
ADHD처럼 보이는 수면 문제, 과피로
CDC도 수면 장애, 불안, 우울이 ADHD와 비슷한 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해요. 제가 상담에서 만난 아이들 중에서도 ADHD가 아닌데 ADHD처럼 보이는 경우가 훨씬 많았어요. 대표적인 것이 과피로예요.
「과피로」 상태의 아이는 졸린 신호를 놓치고 깨어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 오히려 눈이 반짝이고 더 활발해져요. 피곤하면 축 처질 것 같지만 아이는 반대예요. 몸에서 각성 호르몬이 나와 버티는 상태가 되기 때문에, 평소보다 더 산만하고, 짜증이 늘고, 가만히 있지 못해요. 이 모습이 부모님 눈에는 '에너지가 넘치는 아이', '산만한 아이'로 보이기 쉬워요. 앞서 잠투정 글에서 이야기한 과피로와 과각성이 바로 이거예요.
과피로 상태의 아이는 보통 이런 모습을 보여요.
- 졸린 신호가 나왔는데 놓쳐서 갑자기 폭발하듯 짜증을 내요.
- 재우려고 하면 더 활발해지거나 몸을 활처럼 뒤로 젖혀요.
- 겨우 잠들어도 쉽게 깨고 오래 자지 못해요.
- 밤잠이 쪼개지고, 이른 새벽에 일어나요.
- 낮에는 더 산만하고 예민해요.
이런 경우에는 아이의 활동가능시간과 낮잠, 취침 시간을 조정하고 일관된 수면 의식을 지켜 주면 낮 동안의 산만함이 눈에 띄게 줄어드는 경우를 많이 봤어요. 밤잠이 쪼개지는 아이, 낮잠이 부족한 아이, 취침 시간이 늦은 아이는 낮에도 비슷한 모습을 보일 수 있어요. 그리고 이런 아이들은 ADHD와 달리 수면이 안정되면서 확연히 달라진다는 점이 다르죠. 물론 수면을 조정해도 계속된다면 그때는 다른 원인을 살펴봐야 해요.
우리 아이 수면 점검 방법
산만함이 걱정될 때는 ADHD를 먼저 의심하기보다, 아이의 수면 상태를 먼저 점검해 보시길 추천드려요. 아래 항목을 확인해 보세요.
활동가능시간과 낮잠 횟수가 월령에 맞는지
월령별 낮잠 횟수와 활동가능시간의 기준이에요.
- 1~2개월: 낮잠 4회, 활동가능시간 1시간~1시간 30분
- 2~3개월: 낮잠 3~4회, 활동가능시간 1시간 15분~2시간
- 3~4개월: 낮잠 3~4회, 활동가능시간 1시간 30분~2시간 15분
- 4~6개월: 낮잠 3회, 활동가능시간 2시간~2시간 30분
- 6~8개월: 낮잠 3~2회, 활동가능시간 약 3시간
- 8~10개월: 낮잠 2회, 활동가능시간 3시간 30분~4시간
- 10~12개월: 낮잠 2회, 활동가능시간 3시간 30분~4시간 30분 (낮잠 1회로 전환한 뒤에는 약 5시간)
아이마다 편차는 있지만, 활동가능시간이 이 기준보다 한참 길어지고 있다면 과피로 가능성을 살펴보세요.
밤새 몇 번 깨는지
생후 3개월 이후에 밤새 3~4번 이상 깬다면 잠연관 문제가 있는지 점검이 필요해요.
취침 시간과 수면 환경
취침 시간이 너무 늦지는 않은지, 방은 적정 온도(20~22도)와 습도(40~60%)를 유지하는지, 낮밤 구분이 잘 되어 있는지도 확인해 주세요. 수면 환경 글에서 자세히 정리해 두었어요.
수면 일지 써 보기
일주일 정도 아이가 잠든 시간, 깬 시간, 낮잠 횟수, 밤중에 깬 횟수, 산만했던 시간대를 기록해 보세요. 어느 시간대에 가장 산만해지는지, 졸린 신호를 놓치는 구간은 없는지 패턴이 눈에 들어와요. 병원이나 상담에서도 큰 도움이 되는 자료예요.
치료 중에도 수면은 중요해요
ADHD로 진단받아 치료를 받는 아이라면 수면은 더 중요해요. 이유는 두 가지예요.
첫째, 약물 치료의 부작용으로 수면 문제가 생길 수 있어요. CDC는 ADHD 약물의 부작용으로 식욕 감소와 수면 문제를 꼽고 있고, 어린 아이일수록 수면 문제와 같은 부작용이 더 나타날 수 있다고 안내해요. 그래서 약을 시작한 뒤에는 아이가 잠드는 시간이나 밤잠에 변화가 없는지 살펴보시고,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의사에게 꼭 알려 주세요.
둘째, 행동 치료의 핵심이 일관된 일과이기 때문이에요. CDC가 소개하는 가정에서의 방법, 즉 일관된 일과, 짧고 분명한 지시, 선택지 제한, 잘했을 때 보상은 수면교육에서 강조하는 것과 매우 비슷해요. CDC는 충분한 수면을 유지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으로 안내하고 있어요. 매일 같은 시간에 같은 순서로 하는 수면 의식은 그 자체로 아이의 자기조절 연습이 돼요.
부모님이 지금 할 수 있는 것
ADHD를 예방하는 방법이라기보다, 아이의 수면과 발달을 지키는 방법이에요.
- 월령에 맞는 활동가능시간과 낮잠을 지켜 주세요. 졸린 신호가 나오기 전에 재우는 것이 좋아요.
- 매일 같은 시간에 자고, 같은 순서의 수면 의식을 해 주세요. 일관성은 아이의 조절력을 키워요.
- 자기 전에는 흥분되는 놀이보다 차분한 활동으로 마무리해 주세요.
- 낮에는 몸을 충분히 쓰고 놀 수 있게 해 주세요.
- 아이가 산만해 보이는 순간과 상황을 기록해 두세요.
이런 경우에는 상담을 받아 보세요
수면을 점검하고 환경을 살펴봐도 걱정이 계속된다면 혼자 고민하지 마시고 소아청소년과나 발달 클리닉에서 상담을 받아 보세요. 특히 아래와 같은 경우가 있다면 아이의 발달을 전문가와 함께 살펴보시길 권해드려요.
- 또래에 비해 말이나 행동 발달이 늦다고 느껴질 때
-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반복적으로 어려움을 이야기할 때
- 집에서도, 밖에서도 일상생활이 힘들 정도로 행동 조절이 어려울 때
- 수면을 충분히 조정했는데도 산만함이 이어질 때
- 부모님이 보시기에 걱정이 점점 커질 때
평가가 필요한지는 의사와 상의해서 결정하는 것이 가장 정확해요.
자주 하시는 질문
Q. 아기 때 잠을 못 자면 나중에 ADHD가 되나요?
A. 수면이 짧거나 수면 문제가 있었던 아이가 이후 부주의나 과잉행동 점수가 높은 경향이 있다는 관찰 연구들이 있지만, 수면 부족이 ADHD를 일으킨다는 인과관계가 밝혀진 것은 아니에요. 걱정보다는 지금 수면을 잘 만들어 주는 데 집중해 주세요.
Q. 잠들기 전에 계속 움직이는 건 ADHD 증상인가요?
A. 과피로나 낮잠 부족, 취침 시간이 늦어진 것이 원인인 경우가 아주 많아요. 먼저 활동가능시간과 수면 의식을 점검해 보세요.
Q. 수면교육을 하면 ADHD를 예방할 수 있나요?
A. 그렇게 말씀드릴 수는 없어요. 수면교육이 ADHD를 예방한다는 근거는 없어요. 다만 충분하고 안정적인 수면은 아이의 건강한 발달에 중요하니, 수면 습관을 만들어 주는 것 자체는 의미가 있어요.
Q. 수면을 개선하면 ADHD도 좋아지나요?
A. ADHD가 아니라 수면 부족이나 과피로 때문에 산만해 보였던 아이라면 수면이 안정되면서 확연히 달라질 수 있어요. ADHD인 경우에는 수면만으로 해결된다고 말씀드릴 수 없고, 치료와 함께 수면을 잘 관리하는 것이 도움이 돼요.
Q. 낮잠을 줄이면 밤에 더 잘 자고 낮에 덜 산만해지나요?
A. 낮잠을 무리하게 줄이면 오히려 과피로가 와서 더 산만해질 수 있어요. 월령에 맞는 낮잠과 활동가능시간을 지켜 주세요.
마무리
아이의 행동이 평소와 달라 보이면 부모님은 불안해지기 마련이에요. 하지만 활발한 아이, 산만해 보이는 아이를 키우고 있다고 해서 부모님이 뭔가 잘못하고 계신 것은 아니에요. 영유아기의 에너지는 대부분 성장의 신호이고, 수면을 잘 살펴 주는 것만으로도 많은 부분이 좋아져요. 혹시 걱정이 계속된다면 그때는 전문가와 함께 천천히 살펴보시면 돼요. 지금 하고 계신 고민 자체가 아이를 잘 키우고 계신다는 증거예요.
다음 글에서는 4개월 수면 퇴행보다 조금 더 넓은 시선으로, 생후 3~5개월 사이에 잠이 흔들리는 이유와 대처법을 정리해 드릴게요.
참고문헌
- CDC, "Diagnosing ADHD" https://www.cdc.gov/adhd/diagnosis/index.html
- CDC, "Treatment of ADHD" https://www.cdc.gov/adhd/treatment/index.html
- CDC, "Behavior Therapy First for Young Children" https://www.cdc.gov/adhd/treatment/behavior-therapy-first-young-children.html
- American Academy of Family Physicians, "AAP Releases Guideline on Diagnosis, Evaluation, and Treatment of ADHD" https://www.aafp.org/pubs/afp/issues/2013/0101/p61.html
- National Elf Service, "Sleep problems in infancy: a possible risk factor for ADHD?" (Huhdanpää et al., 2019 핀란드 출생 코호트 연구 소개) https://nationalelfservice.net/mental-health/sleep-disorders/sleep-problems-in-infancy-a-possible-risk-factor-for-adhd
- PsyPost, "Childhood sleep issues linked to increased risk of ADHD symptoms later on" (González-Safont et al., European Journal of Pediatrics, 스페인 INMA 코호트 연구 소개) https://www.psypost.org/childhood-sleep-issues-linked-to-increased-risk-of-adhd-symptoms-later-o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