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버법 무섭다던데 해도 될까요?
IPSP 미국 영유아 수면 컨설턴트 자격증을 보유하고 수많은 아이의 수면교육을 직접 진행한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된 글입니다.
"퍼버법이라는 게 있다던데, 아기를 울리면서 재우는 방법 아닌가요?" 수면교육을 알아보시다 보면 가장 먼저 만나는 이름이 퍼버법이에요. 그리고 가장 많이 오해받는 이름이기도 해요. 어떤 분은 "퍼버법은 아기를 울게 두는 방법이라 무서워요"라고 하시고, 어떤 분은 "3분, 5분, 10분 간격만 지키면 되는 거죠?"라고 하시거든요. 두 말씀 모두 반만 맞아요. 지난 글에서 수면교육은 방치가 아니라고 말씀드렸는데, 그 이야기를 가장 잘 보여 주는 방법이 바로 퍼버법이에요. 오늘은 퍼버법이 정확히 무엇인지, 어떤 순서로 진행하는지, 간격은 어떻게 늘려 가는지, 그리고 어떤 아기와 부모님께 맞는지를 차근차근 정리해 드릴게요.
퍼버법, 정확히 어떤 방법일까요
퍼버법은 미국의 소아 수면 전문의 리처드 퍼버 박사가 1985년에 펴낸 책 『Solve Your Child's Sleep Problems』를 통해 널리 알려진 방법이에요. 수면 분야에서는 「점진적 소거법」이라고 불러요. 아기가 졸린데 아직 깨어 있는 상태에서 침대에 눕히고, 방을 나갔다가 정해진 간격마다 짧게 들어와서 확인해 주는 방식이에요. 이때 간격은 조금씩 늘려 가요.
핵심은 "울게 둔다"가 아니라 "확인하러 간다"예요. 퍼버법에는 아기를 혼자 두고 끝까지 외면하는 단계가 없어요. 부모님은 정해진 시간마다 돌아와서 "엄마 여기 있어"를 알려 주고, 아기는 그 사이 시간에 스스로 잠드는 방법을 시도해 봐요. 앞선 글에서 말씀드린 「자기진정」을 아기가 연습할 시간을 만들어 주는 거예요.
미국수면의학회(AASM)의 실무 지침에서는 점진적 소거법을 효과가 있는 방법으로 분류하고 있어요. 같은 지침에서 아기가 잠들 때까지 아예 들어가지 않는 방법과 부모가 곁에 머무르는 방법도 효과가 있는 방법으로 분류하고 있고요. 방법마다 장단점이 있어서, 가족에게 맞는 방법을 고르시는 게 중요해요.
퍼버법 진행 순서
퍼버법은 아래 순서로 진행해요.
- 잠들기 전 「수면 의식」을 매일 같은 순서로 진행해요.
- 아기를 졸리지만 깨어 있는 상태로 침대에 눕혀요.
- 짧게 잘 자라는 인사를 하고 방을 나가요.
- 정해 둔 시간만큼 기다려요.
- 시간이 되면 들어가서 짧게 확인해요. 말로 안심시키거나 등을 토닥여 주되, 아기를 안아 올리거나 수유하지 않아요.
- 다시 방을 나가고, 이번에는 기다리는 시간을 조금 늘려요.
- 아기가 잠들 때까지 이 과정을 반복해요.
중요한 건 확인 방문의 목적이에요. 확인은 아기를 달래서 재우려고 하는 게 아니에요. 아기에게 "엄마 아빠는 가까이에 있어"를 알려 주는 짧은 방문이에요. 그래서 한 번에 1~2분을 넘기지 않도록 하는 게 좋아요. 방문이 길어지면 아기는 "울면 엄마가 와서 오래 있어 주는구나"라고 받아들일 수 있어요.
간격은 이렇게 늘려 가요
퍼버법의 특징은 기다리는 시간을 조금씩 늘려 간다는 점이에요. 퍼버법의 대표적인 간격 예시는 아래와 같아요. 숫자는 분 단위이고, 첫 번째 확인, 두 번째 확인, 세 번째 이후의 확인 순서예요.
- 첫째 날: 3분, 5분, 10분
- 둘째 날: 5분, 10분, 12분
첫째 날은 3분 기다린 뒤 확인하고, 5분 기다린 뒤 확인하고, 그 뒤로는 아기가 잠들 때까지 10분마다 확인해요. 둘째 날은 첫 간격부터 전날보다 조금 더 길게 시작해요. 이후 날들도 같은 방식으로 간격을 조금씩 늘려 가요.
이 숫자는 정답이 아니라 기준이에요. 아기의 월령이나 기질, 부모님이 버틸 수 있는 정도에 따라 간격은 조절될 수 있어요. 다만 한번 정한 간격은 일관되게 지키는 것이 중요해요.
시간만 보지 말고 아기의 울음을 살펴 주세요
퍼버법을 처음 하시는 부모님은 시계만 보게 되는 경우가 많아요. "5분 지났나? 아직 3분이네." 하지만 같은 5분이어도 아기의 울음은 달라요. 칭얼거리다가 잦아드는 울음, 몸을 뒤척이며 자기진정을 시도하는 울음이라면 간격을 채워도 괜찮아요. 반대로 숨이 넘어갈 듯 급하게 우는 울음, 평소와 다른 소리의 울음, 토하거나 열이 있는 경우라면 정해 둔 시간과 상관없이 바로 들어가서 아기를 살펴 주세요. 퍼버법은 간격표를 지키는 시험이 아니에요. 아기의 상태를 보면서 도와주는 방법이에요.
사흘째에서 닷새째, 울음이 다시 늘어나는 시기
퍼버법을 시작하면 처음에는 울음이 오히려 늘어나는 날이 있어요. 그러다 1~3일 정도는 우는 시간이 점차 줄어들고 잠드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도 짧아져요. 그런데 4~5일 무렵에 울음이 다시 한번 늘어나는 경향이 있어요. 이런 현상을 「소거 폭발」이라고 불러요. 아기 입장에서는 잘 통하던 방법이 갑자기 달라졌으니 더 크게 표현해 보는 거예요.
제 경험상 부모님이 가장 많이 포기하시는 때가 바로 이 시기예요. 하지만 이때 멈추면 아기에게는 "더 크게 울면 예전 방식으로 돌아간다"는 경험만 남아요. 이 시기에 흔들리지 않도록 시작 전에 간격표와 "이럴 땐 바로 들어간다"는 기준을 미리 정해 두시길 추천드려요. 자세한 이야기는 수면교육 실패 이유를 정리한 글에서 확인하실 수 있어요.
퍼버법이 잘 맞는 경우, 다른 방법을 고려할 경우
퍼버법이 모든 아기와 부모님께 맞는 방법은 아니에요. 아기를 방에 두고 나가서 정해진 시간을 기다리는 일은 생각보다 부모님께 많은 힘이 들어요. 아래에 해당하신다면 퍼버법보다 곁에 머무르면서 진행하는 방법이 더 잘 맞을 수 있어요.
- 기다리는 시간 동안 부모님의 불안이 너무 커서 일관성을 지키기 어려울 때
- 아기가 분리불안이 강하고 부모님이 방을 나가는 것 자체를 힘들어할 때
- 가족 중 한 명이라도 이 방법에 강하게 반대해서 일관성이 깨질 때
그리고 아래 경우에는 수면교육을 시작하기 전에 소아과나 수면 전문가와 먼저 상담해 주세요. 미국수면재단의 안내에서 퍼버법 적용 전에 확인을 권하는 경우예요.
- 코골이가 심하거나 숨소리가 거칠어서 수면 중 호흡 문제가 의심될 때
- 빈혈이 있거나 하지불안 증상이 있을 때
- 배앓이나 알레르기처럼 통증이나 불편함 때문에 잠을 설칠 때
- 발달 관련 진단이 있을 때
몇 개월부터 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제 생각은
수면교육이라는 용어의 틀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흔히 말하는 수면교육 자체는 생후 3개월 전후부터 시작할 수 있어요. 다만 퍼버법처럼 아기를 방에 두고 확인만 하는 방법은 저는 6개월 전후에 잘 맞는다고 보고, 미국수면재단의 안내에서도 6개월 무렵을 시작 시기로 제시하고 있어요. 제 경험상 3~4개월 무렵에는 아기를 안아서 달래 주거나 곁에서 돕는 부드러운 방법이 더 잘 맞는 경우가 많았어요. 월령이 어리다고 수면교육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그리고 개인적으로 수면교육 컨설팅을 진행했을 때 저는 퍼버법보다 온화한 방법을 썼고, 3분, 5분, 10분처럼 시간을 늘려 가며 기다리는 방법은 쓰지 않았어요. 퍼버법은 아이의 울음소리를 많이 들어야 하고 부모님이 인내해야 하는 시간이 길어서 힘들 수 있거든요. 그래서 저는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방법은 아니에요. 다만 방법은 가족마다 맞는 것이 다르니, 퍼버법이 어떤 방법인지 알고 선택하시는 것이 중요해요.
퍼버법의 효과, 연구는 어떻게 말할까요
미국수면의학회의 실무 지침은 점진적 소거법을 영유아의 취침 문제와 밤중 깸에 효과가 있는 방법으로 인정하고 있어요. 호주에서 생후 6~16개월 아기 43명을 대상으로 한 무작위 대조 연구에서도 점진적 소거법을 한 그룹은 잠드는 시간이 줄었고, 스트레스 호르몬(코르티솔)도 대조군보다 높지 않았어요. 12개월 뒤 애착과 정서, 행동에도 뚜렷한 차이가 없었어요.
다만 이 연구는 참여한 아기가 많지 않아요. 그래서 퍼버법이 모든 아기에게 똑같이 효과가 있다거나, 장기적인 영향까지 완벽하게 확인되었다고는 말씀드리기 어려워요.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지금까지 알려진 연구에서 해로운 영향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아기의 상태를 살피며 일관되게 하실 때 효과가 가장 좋다는 거예요.
자주 하시는 질문
Q. 퍼버법을 하면 아기가 부모를 믿지 못하게 되지 않나요?
A. 퍼버법은 아기를 혼자 두고 외면하는 방법이 아니에요. 정해진 시간마다 돌아와서 "엄마 아빠가 여기 있어"를 알려 주는 방법이에요. 깨어 있는 동안 아기의 울음과 요구에 바로 반응해 주시는 것이 애착의 기본이에요. 낮에도 충분히 안아 주고 눈을 맞춰 주세요.
Q. 확인하러 들어갔을 때 안아 줘도 되나요?
A. 안아 올리거나 수유하지 않는 것이 퍼버법의 원칙이에요. 안아서 재우면 아기는 "안겨야 잠들 수 있다"는 연관을 이어 가게 돼요. 등을 토닥이거나 낮은 목소리로 안심시키는 정도로 짧게 해 주세요.
Q. 일주일을 해도 변화가 없어요.
A. 일주일 정도 일관되게 했는데도 달라지지 않는다면 방법을 멈추고 점검해 보세요. 아기가 아프거나 불편한 곳이 있는지, 수면 환경이나 낮잠 시간은 적절한지, 이 방법이 가족에게 맞는지를 확인해 보시는 것이 좋아요. 그래도 어려우시면 소아과나 수면 컨설턴트와 상의해 보세요.
Q. 밤중에 깼을 때도 퍼버법을 적용하나요?
A. 네, 밤중에 깨서 우는 경우에도 같은 원칙으로 간격을 두고 확인해요. 먼저 정해 둔 시간만큼 기다려 보시고, 아기가 배고파서 깬 것으로 보이면 수유해 주세요. 배가 고픈 울음과 습관적으로 깨는 울음은 구분해서 접근해야 해요.
Q. 퍼버 박사가 퍼버법이 잘못된 방법이었다고 인정했다던데 사실인가요?
A. SNS에서 그런 이야기가 돌지만, 퍼버 박사가 퍼버법 자체를 잘못된 방법이라고 말한 적은 제가 확인한 범위에서 없어요. 2006년 개정판을 내면서 한 인터뷰를 보면 오해를 풀고 설명을 보완한 내용이에요.
- 아기를 울려서 재우라고 권한 적이 없다고 밝혔어요.
- 점진적으로 확인하는 방식은 이미 굳어진 잠 습관을 바꾸려는 경우에 쓰는 방법이고, 모든 수면 문제에 맞는 방법은 아니라고 보완했어요.
- 아이가 혼자 자야 한다는 초판의 입장을 부드럽게 바꿔서, 가정에 따라 함께 자는 것도 괜찮다고 했어요.
- 한 살 아기의 하루 수면 시간을 15시간으로 본 기준은 너무 많다고 고쳤어요.
정리하면 퍼버법이 잘못이었다고 인정한 것이 아니라, 퍼버법이 어떤 방법인지 설명을 보완하고 일부 입장을 조정한 것이에요.

마무리
퍼버법은 아기를 울려서 재우는 방법이 아니라, 아기가 스스로 잠드는 법을 배우는 동안 부모님이 정해진 간격으로 돌아와 곁에 있음을 알려 주는 방법이에요. 이 방법이 우리 아기와 우리 가족에게 맞지 않는다면 다른 방법을 선택하셔도 괜찮아요. 중요한 건 방법의 이름이 아니라, 부모님이 끝까지 일관되게 하실 수 있는지, 그리고 아기가 깨어 있는 동안 충분히 사랑받고 있다고 느끼는지예요. 수면교육이 잘 되지 않는 것은 부모님의 잘못이 아니에요. 이 시기도 분명히 지나가요.
다음 글에서는 방을 나가지 않고 아기 곁에 머물면서 진행하는 방법, 의자법에 대해 알려 드릴게요.
참고문헌
- Ferber R., Solve Your Child's Sleep Problems, 1985 (개정판 2006).
- Morgenthaler TI, et al., "Practice parameters for behavioral treatment of bedtime problems and night wakings in infants and young children," Sleep, 2006;29(10):1277-1281. https://pubmed.ncbi.nlm.nih.gov/17068980/
- American Academy of Sleep Medicine, "Night Wakings in Children Guideline at a Glance" https://aasm.org/wp-content/uploads/2018/01/NightWakingsChildren-Guideline-at-a-Glance.pdf
- Gradisar M, et al., "Behavioral Interventions for Infant Sleep Problems: A Randomized Controlled Trial," Pediatrics, 2016;137(6):e20151486. https://pubmed.ncbi.nlm.nih.gov/27221288/
- National Sleep Foundation, "Ferber Method" https://sleepfoundation.org/baby-sleep/ferber-method
- NPR, "Dr. Ferber Revisits His 'Crying Baby' Theory," 2006. https://npr.org/2006/05/30/5439359/dr-ferber-revisits-his-crying-baby-theory
- CBS News, "Baby Sleep Controversy Revisited," 2006. https://www.cbsnews.com/news/baby-sleep-controversy-revisited/